아내와 대화 중에 조금 이상한 표현을 들었다. “저기, 홍 집사 말이야, 박 권사한테 끔찍!”라고 하였다. 물론 이해는 가는 말이지만 ‘끔찍하다’는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계기가 되었다.
일반적으로 ‘끔찍하다’는 ‘참혹하거나 무섭거나 싫거나 하여 진저리가 날 정도이다’로 풀이한다. 그래서 사전에 나온 예문도 “그는 자신을 배신한 동료를 끔찍하게 살해하였다”로 나와 있다.
그래서 조금 더 살펴보았다. ‘(대상이) 양이나 수가 크거나 많거나 하여 몹시 놀라울 정도이다’라고 풀어 놓은 것도 있다(그곳에는 사람이 정말 끔찍하게 많았다). 조금 더 내려가니 ‘(정성이나 성의 따위가)매우 극진하다’라고 나온 것이 있다. 예문으로 “박 대리가 남편을 생각하는 마음은 참으로 끔찍하다”로 나타나 있다.
아내가 이야기한 ‘홍 집사’ 부부의 끔찍한 사랑 이야기가 여기에 해당하는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우리말은 참 이상하다. 몹시 사랑하는 것을 어쩌자고 ‘끔찍하다’고 표현하는지 모르겠다. 사전에 나온 예문들은 거의 대부분이 ‘진저리가 날 정도로 참혹한 것’들만 나와 있다.
하나의 예문을 더 보자.
“어머니는 막내를 하나님이 정해주신 아들이라고 끔찍하게 위하셨다.” 그래도 ‘극진하다’는 의미라도 있으니 참으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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